축구 미드필더의 종류, 알고 보면 경기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축구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선수가 있다.
골을 넣는 공격수도 아니고,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도 아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그 선수의 움직임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런 선수들이 대부분 미드필더였던 것 같다.
처음 축구를 볼 때는 미드필더를 그냥 ‘중간에서 뛰는 선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축구를 오래 보다 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미드필더라도 어떤 선수는 수비 앞에서 상대 공격을 끊어내고, 어떤 선수는 공을 받아 경기의 속도를 조절한다.
어떤 선수는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하고, 어떤 선수는 상대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마지막 패스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미드필더를 알고 축구를 보면 경기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공이 어디로 가는지만 봤다면 이제는 공이 없는 곳에서 미드필더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보게 된다.
그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미드필더는 정확히 어떤 선수일까?
쉽게 말하면 미드필더는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선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미드필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현대 축구에서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굉장히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상황에 따라 한 선수가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단순히 “미드필더니까 패스를 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실제 경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미드필더에게는 패스뿐만 아니라
- 공간을 찾는 능력
- 상대 압박을 피하는 능력
-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 수비 위치를 잡는 능력
- 공격에 가담하는 능력
- 동료에게 패스할 길을 만들어주는 움직임
등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FIFA의 최근 중앙 미드필더 훈련 자료에서도 공을 받기 전 주변을 확인하는 움직임, 패스 길을 만드는 위치 선정, 압박 상황에서의 판단을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결국 좋은 미드필더는 공을 잡았을 때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공을 잡기 전부터 이미 경기에 영향을 주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1.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는 흔히 ‘6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작년도 발롱도르의 수상자인 스페인의 로드리가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팀의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움직이면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과정까지 연결하는 역할이다.
처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단순히 태클을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를 보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태클을 많이 하지 않아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왜 그럴까?
위치를 잘 잡아서 상대가 위험한 패스를 시도하기 전에 길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수가 공을 잡기 좋은 공간을 미리 차단하고 있으면 굳이 몸을 던져 태클할 필요가 없다.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볼 때 요즘 이런 부분을 가장 재미있게 본다.
‘지금 저 선수가 왜 저 위치에 서 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하면서 경기를 보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프랑스의 은골로 캉테(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팀 “첼시” 소속일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표적인 역할은 다음과 같다.
- 수비라인 보호
- 상대 공격 차단
- 세컨드볼 회수
- 빌드업 시작
- 경기 템포 조절
- 상대 역습 차단
특히 현대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센터백에게 공을 받아 전방으로 연결하거나, 상대 압박을 끌어낸 뒤 반대편으로 공을 전환하기도 한다.
그래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평가할 때는 수비 능력만 보면 안 된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을 앞으로 보내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
2. 중앙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왜냐하면 맡은 역할의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이다.
공격도 해야 하고 수비도 해야 한다.
동료가 공을 받을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아야 하고, 필요하면 직접 공을 운반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중앙에 남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앙 미드필더에게는 축구를 보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을 받았을 때 이미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FIFA의 중앙 미드필더 훈련에서도 공을 받기 전에 주변을 확인하고, 첫 터치 방향을 결정하는 ‘스캔’과 몸의 방향을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이 부분을 알고 나면 경기를 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공이 미드필더에게 도착한 순간보다 공이 오기 직전 미드필더가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좋은 중앙 미드필더는 공을 받기 전에 이미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 중 하나다.
이름 그대로 자신의 페널티박스에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움직이는 미드필더를 말한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활동량이 상당히 중요하다.
수비 상황에서는 자기 진영까지 내려와 수비하고, 공격 상황에서는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들어간다.
한 경기에서 계속 이런 움직임을 반복한다.
-제라드 최고!
이 유형을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스티븐 제라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제라드를 좋아했던 이유도 단순히 골을 많이 넣어서가 아니었다.
경기장을 보면 그 선수가 어디에든 나타나는 느낌이 있었다.
수비에서 공을 걷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격에 가담하고 있고, 필요하면 중거리 슈팅까지 시도했다.
물론 시대와 전술에 따라 역할은 달라질 수 있지만,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수들은 기록만 보면 역할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패스 숫자나 태클 숫자만으로는 경기장 전체를 오가며 팀에 제공하는 영향력을 완전히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볼 때 얼마나 많이 뛰었느냐보다 어디에 나타났느냐를 보려고 한다.
4. 공격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는 보통 상대 페널티박스와 가까운 위치에서 활동한다.
흔히 ‘10번‘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이 선수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공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킬패스라고 부르는 결정적인 패스를 넣기도 하고, 직접 드리블을 하거나 슈팅을 시도하기도 한다.
특히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그곳으로 들어가 공을 받아 공격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볼 때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공을 잡기 전 움직임이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상대 수비라인 사이에서 잠깐 사라졌다가 갑자기 공을 받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을 자세히 보면 단순히 우연히 공간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상대 수비수의 시선을 피해 움직이고, 동료가 패스할 수 있는 각도를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다.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는 공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선수이면서 동시에 공을 받을 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이기도 하다.
5. 레지스타, 경기를 설계하는 미드필더
조금 더 축구를 깊게 보다 보면 ‘레지스타’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쉽게 표현하면 경기 뒤쪽에서 공을 받아 패스와 경기 조율을 통해 공격을 설계하는 플레이메이커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비슷하게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지만 위치가 더 뒤쪽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수들은 화려하게 상대를 제치는 것보다 패스 하나로 경기의 방향을 바꾸는 능력을 보여준다.
왼쪽으로 상대 수비가 몰려 있으면 오른쪽으로 긴 패스를 보낸다.
상대가 전방 압박을 시작하면 짧은 패스로 압박을 풀어낸다.
경기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 수도 있고 느리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을 볼 때마다 축구가 단순히 빠르게 뛰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언제 속도를 조절하느냐도 축구의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미드필더는 한 가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현대 축구에서 선수 한 명을 정확히 하나의 미드필더 유형으로만 분류하기는 어렵다.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내려올 수도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전방에 들어갈 수도 있다.
전술에 따라 같은 선수의 역할이 경기마다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선수의 포지션을 볼 때 선수 이름 옆에 붙은 포지션보다 경기장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보려고 한다.
이게 축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
미드필더를 알고 나면 축구가 다르게 보인다
축구를 처음 볼 때는 대부분 공을 따라간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축구를 오래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공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특히 미드필더를 보기 시작하면 경기 전체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센터백이 공을 잡았을 때 수비형 미드필더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공격형 미드필더가 상대 수비 사이에서 어떤 공간을 찾는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공격에 들어갔다가 얼마나 빠르게 수비로 돌아오는지.
중앙 미드필더가 공을 받기 전에 몇 번이나 주변을 확인하는지.
이런 것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하면 축구가 단순히 공을 차고 골을 넣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축구는 공간을 차지하고,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이용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드필더가 있다.
실제로 필자는 축구를 오랬동안 즐겨했고 등번호는 8번이다. ㅋㅋㅋ
마무리
미드필더는 화려한 포지션이 아닐 수도 있다.
공격수처럼 항상 골 장면의 중심에 서는 것도 아니고, 골키퍼처럼 결정적인 선방 하나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기를 자세히 보면 미드필더가 경기의 흐름을 얼마나 많이 바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팀의 균형을 잡고,
중앙 미드필더는 경기를 연결하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는 경기장을 누비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기회를 만들고,
레지스타는 경기의 방향을 설계한다.
그리고 그 역할들이 서로 맞물릴 때 팀은 하나의 움직이는 조직처럼 보인다.
그래서 다음에 축구 경기를 볼 때는 공만 따라가지 말고 미드필더 한 명을 정해서 한번 따라가 봤으면 한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축구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내가 축구를 오래 보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도 바로 그것이었다.
미드필더의 역할을 이해했다면 공격을 담당하는 공격수와 수비를 담당하는 수비수의 역할도 함께 알아보면 축구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맞아요! 미드필더의 역할 때문에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재미가 더 생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