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오래 볼수록 승패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축구를 좋아한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정확하게는..30년은 된 것 같다. 내 나이가 들킬 우려가 있지만..그렇다.
생각해 보면 축구 경기..참 오래 봤다. 어릴 때는 경기 시간이 기다려졌고, 좋아하는 선수가 골을 넣으면 세상이 다 내 편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응원하던 팀이 마지막 몇 분을 남겨 놓고 골을 먹으면 그날 하루가 괜히 망가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긴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비슷하다.
좋아하는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고, 허무하게 지면 며칠 동안 생각이 난다. 20년이 넘게 축구를 봤는데도 이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예전에는 축구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골을 봤다. 누가 골을 넣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멋진 슈팅이 나오면 그 장면만 몇 번씩 돌려봤다. 하이라이트만 보는 것 처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골이 나오기 직전의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선수는 왜 저쪽으로 뛰었을까.’
‘저 패스를 하기 전에 미드필더가 왜 저 위치로 움직였을까.’
‘공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선수가 왜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을까.’
예전에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이제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를 보게 된다
축구를 오래 보면서 내가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공을 가진 선수가 축구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공을 잡고 드리블하는 선수, 패스하는 선수, 슈팅하는 선수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를 더 오래 바라볼 때가 있다.
공격수가 수비수를 끌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움직임 때문에 다른 선수가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 미드필더가 그 공간으로 공을 넣고, 또 다른 선수가 움직인다.
그리고 몇 번의 패스 뒤에 골이 나온다.
예전 같았으면 마지막 슈팅만 기억했을 것이다.
지금은 골이 들어가기 전 처음 움직였던 선수까지 생각난다.
나는 이런 장면을 발견할 때마다 축구가 참 이상한 스포츠라는 생각을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을 한 선수가 반드시 공을 가지고 있었던 선수는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TV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았던 선수가 골을 만든 사람일 수도 있다.
이걸 알고 나니까 축구를 보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감독이 왜 화를 내는지도 몰랐다
어렸을 때 축구를 볼 때는 감독이 화면에 나오면 대부분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저렇게 화를 내지?’
선수가 실수하면 감독이 소리를 지르고, 교체 선수가 들어오면 전술판을 들여다보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계속 벤치에서 일어난다.
예전에는 그 모습이 그냥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감독의 표정과 행동도 꽤 재미있게 본다.
특히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을 보면 감독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때가 많다.
선수 한 명을 바꾸는 것만으로 경기 분위기가 달라질 때도 있고, 공격수를 한 명 더 넣으면서 팀 전체의 위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늦은 교체 하나 때문에 경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경기가 끝난 뒤 스코어만 보지 않는다.
‘감독은 왜 저 선수를 넣었을까.’
‘조금 더 일찍 바꿨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다시 떠올린다.
축구를 오래 보다 보니 벤치도 하나의 경기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심판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솔직히 예전에는 심판에게 불만이 많았다.
내가 응원하는 팀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거의 무조건 심판부터 의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했다.
그런데 축구 규칙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심판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선수들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심판은 그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오프사이드인지, 파울인지, 핸드볼인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계속 찾아온다.
TV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지만 심판은 경기장에서 단 한 번의 순간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VAR이 생긴 이후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영상을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축구가 가진 즉흥적인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물론 정답은 모르겠다.
나 역시 어떤 판정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판정에 화가 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저 자리에서 봤다면 바로 판단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화가 조금 누그러지기도 한다.
경기장을 보는 방법도 달라졌다
축구를 오래 보면 경기장도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잔디가 좋으면 그냥 ‘경기장 좋다’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은 선수들이 어느 공간에 서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수비라인이 너무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닌지, 측면 선수가 왜 터치라인 가까이 붙어 있는지, 미드필더가 왜 중앙이 아니라 한쪽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해진다.
경기장에 그어진 선들도 예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하프라인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페널티지역의 선 하나에도 규칙이 담겨 있다.
축구장을 알고 나니 선수들의 움직임이 조금 더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내가 축구를 처음 봤을 때 이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20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봤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것들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축구가 많다
20년 넘게 축구를 봤다고 해서 축구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볼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감독의 전술을 보고도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떤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도 왜 저런 선택을 하는지 한참 뒤에야 알게 될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싫지 않다.
오히려 그래서 계속 축구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스포츠라면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축구는 매 경기 다르다.
같은 두 팀이 다시 만나도 지난 경기와 똑같은 경기를 하지 않는다.
한 선수가 컨디션이 좋을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갑자기 경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10분 동안 경기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에 아무리 예상해도 실제 경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그게 축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어떤 선수를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오랫동안 가장 좋아했던 선수 중 한 명은 스티븐 제라드였다.
결국 내가 아직도 축구를 보는 이유
가끔 주변에서 묻는다.
“축구를 그렇게 오래 봤는데 아직도 재미있어?”, “새벽에 축구 경기는 어떻게 되었어??”
그럴 때 나는 그냥 웃는다.
재미있으니까 본다고 대답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축구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내 삶의 어떤 순간과 겹쳐 보일 때가 있다.
잘 풀리는 날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무너질 때도 있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축구를 보고 있으면 단순히 선수 22명이 공을 차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뛰고 있고, 누군가는 기회를 잡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실수를 했지만 다시 뛰고 있고, 누군가는 팀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나도 다시 힘을 내게 된다.
축구가 나에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게 된 이유가 아마 이것 때문인 것 같다.
20년을 봤는데도 아직 기다려지는 경기
나는 앞으로도 축구를 계속 볼 것 같다.
아마 10년이 더 지나도 새로운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예전처럼 모든 경기를 챙겨보지는 못할 수도 있다.
좋아했던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지금은 이름도 모르는 어린 선수가 새로운 스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또 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생각할 것 같다.
‘저 선수는 대체 어디서 저런 움직임을 배웠을까.’
그리고 지금과 똑같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년 넘게 축구를 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축구를 많이 본다고 해서 축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오래 볼수록 더 많은 질문이 생긴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들이 싫지 않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축구를 봤을 때 나는 골을 기다렸다.
지금은 경기 전체를 기다린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멋진 골일 수도 있고, 골키퍼의 선방일 수도 있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의 움직임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축구를 아직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20년 넘게 봤는데도 아직 처음 보는 것처럼 궁금한 것들이 있다는 것.
나는 그게 축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축구를 본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볼 것 같다. 물론 직접 가서 볼 시간은 없다.. 인터넷으로 스포츠..축구 검색해서 보겠지만..^^;;
이 글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나름 전문성 있게 만들려 했지만) 꾸며진 글이다. 내 생각을 토대로 작성된 글이기에 이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대신 중간중간 전문적인 내용을 넣었으니 좋게 봐 주시길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정말 공감되네요. 제가 봐도 경기장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