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주장 그 이상이었던 선수

STEVEN GERRARD

스티븐 제라드..

축구를 오래 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속에 남는 선수가 생긴다.

처음에는 단순히 축구를 잘해서 좋아한다.

골을 잘 넣어서 좋아하고, 드리블이 멋있어서 좋아하고, 패스가 아름다워서 좋아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 달라진다.

그 선수가 얼마나 많은 골을 넣었는지보다 어떤 모습으로 경기장을 뛰었는지가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그런 선수가 있다.

스티븐 제라드.

나는 제라드를 단순히 좋아하는 선수가 아니라, 한 명의 축구선수로서 정말 존경한다.

그리고 지금도 제라드의 경기를 다시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인다.

아마 내가 축구를 좋아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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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8번’이다

리버풀의 빨간 유니폼.

그리고 등 뒤에 적힌 GERRARD 8.

나에게는 이 조합이 너무 익숙하다.

제라드가 공을 잡고 중원에서 고개를 들던 모습.

상대 선수가 달려오면 몸을 부딪치면서 버티던 모습.

그리고 어느 순간 앞으로 달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리던 모습.

제라드는 화려한 기술만으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투박할 때도 있었고, 지나치게 과감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었다.

경기에 자신이 직접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것.

나는 그 점이 정말 좋았다.

축구를 보다 보면 안전하게 공을 돌리는 선수가 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선수가 있다.

제라드는 후자였다.

그래서 제라드가 공을 잡으면 기다리게 됐다.

‘이번에는 뭔가 만들어내지 않을까?’

그 기대감이 있었다.

내가 제라드를 좋아하게 된 진짜 이유

처음에는 그의 실력을 좋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보다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책임감이었다.

제라드는 어린 시절부터 리버풀에서 성장했고, 2003년 23세의 나이에 주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2015년까지 리버풀의 주장으로 472경기를 이끌었다. 리버풀 공식 기록은 이를 구단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23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린 나이다.

그런데 그는 세계적인 명문 구단의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나는 그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주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팔에 완장을 차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팀이 이기면 가장 먼저 박수를 받아야 하고, 팀이 지면 가장 먼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선수들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야 하고, 경기장에서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제라드는 그런 역할을 오랫동안 했다.

그래서 나는 제라드의 주장 완장을 볼 때마다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완장 안에 책임이라는 무게가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라드의 축구는 ‘나도 같이 뛰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내가 제라드의 경기를 좋아했던 또 하나의 이유다.

제라드는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까지 같이 뛰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태클을 할 때는 정말 몸을 던졌다.

공을 잡으면 전진했다.

동료가 좋은 위치에 있으면 긴 패스를 보냈다.

공격이 막히면 직접 슈팅했다.

팀이 힘들어지면 더 많이 뛰었다.

물론 모든 선택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무리한 패스를 하기도 했고, 너무 공격적으로 나가 공간을 내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런 모습까지 싫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라드에게는 항상 ‘내가 어떻게든 이 경기를 바꿔보겠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제라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완벽한 선수라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존경한다.

이스탄불의 밤, 제라드라는 이름이 더욱 특별해졌다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리버풀과 AC 밀란의 경기였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리버풀은 3-0으로 뒤지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끝났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후반 54분 제라드가 헤더로 추격골을 넣었다.

그리고 리버풀은 불과 몇 분 사이에 3-3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리버풀이 우승했다.

리버풀 공식 기록에서도 제라드의 헤더가 역전의 시작이었고, 그가 결승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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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기는 축구 역사에서도 전설적인 경기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순히 ‘3-0을 뒤집은 경기’가 아니다.

나는 그 경기에서 제라드라는 선수의 성격을 봤다고 생각한다.

3-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한 골을 넣었고, 다시 동료들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팀 전체가 살아났다.

그때의 제라드를 보면 지금도 생각하게 된다.

리더라는 것은 팀이 잘할 때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포기하고 싶을 때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스탄불의 제라드를 좋아한다.

골을 넣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순간 제라드가 보여준 태도가 좋았다.

2006년 FA컵 결승은 ‘제라드다운 경기’였다

2006년 FA컵 결승전 역시 잊을 수 없다.

리버풀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2-0으로 끌려갔고, 이후 따라붙었지만 다시 실점했다.

그리고 경기 막판.

제라드가 약 30야드 거리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공은 그대로 골망으로 들어갔다.

3-3.

경기는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리버풀이 결국 우승했다.

리버풀 공식 자료는 제라드가 그 결승전에서 두 골을 기록했고, 마지막 순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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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장면 때문에 제라드를 좋아했다.

경기 시간이 거의 끝났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선수.

그리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 직접 책임지려는 선수.

그게 제라드였다.

어쩌면 그래서 리버풀 팬들이 그를 그렇게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저 선수라면 무언가 해줄 수 있다.’

팬들에게 그런 믿음을 주는 선수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제라드에게는 누구보다 아픈 장면도 있었다

제라드를 이야기하면서 2013-14 시즌을 빼놓을 수 없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정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시즌의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제라드의 미끄러짐이다.

나에게도 상당히 아픈 기억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지금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순간만 놓고 보면 한 선수의 실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제라드의 전체 커리어를 그 장면 하나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 이후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 이후에도 다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라드의 커리어에는 그런 빛과 그림자가 모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를 더 인간적인 선수로 기억한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존경스럽다.

제라드에게 없었던 단 하나의 트로피

제라드는 리버풀에서 챔피언스리그, UEFA컵, FA컵, 리그컵 등 여러 주요 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끝내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하지 못했다.

이 사실은 제라드의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늘 따라다닌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만약 제라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했다면 그의 평가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트로피 하나가 한 선수의 가치를 전부 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승은 중요하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을 원한다.

하지만 제라드가 리버풀에서 보여준 영향력은 우승 횟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오랫동안 리버풀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팬들에게 자신들이 사랑하는 클럽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제라드의 진짜 가치다.

나는 제라드의 ‘충성심’을 존경한다

요즘 축구에서는 선수의 이적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더 좋은 조건이 있으면 팀을 옮길 수 있고, 더 많은 우승을 위해 다른 클럽으로 갈 수도 있다.

그게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수에게도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가 있으니까.

그런데 제라드를 바라보면서 내가 특별하게 느꼈던 것은 리버풀이라는 팀과 함께하려는 선택이었다.

리버풀에서 어린 시절부터 성장했고, 주장까지 맡았으며, 수많은 영광과 아픔을 그곳에서 경험했다.

결국 2015년 리버풀을 떠날 때까지 리버풀에서 1군 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래서 제라드의 이름을 들으면 다른 어떤 클럽보다 먼저 리버풀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정말 멋진 선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제라드가 떠나던 날, 한 시대가 끝나는 느낌이었다

2015년.

제라드가 안필드를 떠나는 날이었다.

그는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고, 팬들은 그를 위해 특별한 환송을 준비했다.

안필드에는 ‘CAPTAIN’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졌고, 팬들은 오랫동안 함께했던 주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당시 Sky Sports도 제라드의 마지막 안필드 경기가 선수와 팬 모두에게 감정적인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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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한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까.

아마 그 선수와 함께했던 시간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제라드의 경기를 보면서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제라드가 안필드를 떠나는 모습은 단순한 은퇴나 이적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좋아했던 축구의 한 장면이 끝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제라드를 ‘완벽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나는 제라드가 완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수도 있었다.

아쉬운 경기도 있었다.

우승하지 못한 시즌도 있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존경한다.

완벽해서 존경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는 부족함과 실패까지 가지고도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제라드가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팀이 어려워도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좋은 순간에는 가장 앞에서 기뻐했고, 나쁜 순간에는 고개를 숙였다.

그게 나에게는 진짜 리더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제라드를 다시 찾는 이유

요즘도 가끔 제라드의 영상을 찾아본다.

예전에는 생방송으로 봤던 장면을 이제는 영상으로 다시 본다.

이스탄불의 헤더.

2006년 FA컵 결승의 중거리 슈팅.

안필드에서 터뜨렸던 수많은 골.

그리고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모습.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데도 다시 보게 된다.

이게 팬인가 보다.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데도 다시 보고 싶은 것.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다시 그때의 감정을 느끼는 것.

제라드는 나에게 그런 선수다.

내가 존경하는 스티븐 제라드

스티븐 제라드를 최고의 축구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메시를 선택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호날두를 선택할 것이다.

누군가는 지단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비나 이니에스타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축구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 중 한 명은 스티븐 제라드다.

20년 넘게 축구를 좋아하면서 ..그 이유는 골의 숫자도 아니다.

트로피의 숫자도 아니다.

화려한 개인 기록 때문만도 아니다.

나는 제라드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태도를 존경한다.

팀이 필요할 때 앞으로 나갔고,

동료가 필요할 때 옆에 있었고,

팬들이 기대할 때 그 기대를 짊어졌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도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런 선수를 좋아한다.

아니, 이제는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축구를 오래 볼수록 선수의 기술보다 그 선수의 마음가짐이 더 크게 보일 때가 있다.

내게 스티븐 제라드가 그렇다.

빨간 유니폼.

주장 완장.

등번호 8번.

그리고 공을 잡으면 무언가 일어날 것 같았던 선수.

Steven Gerrard.

내가 축구를 사랑했던 시간 속에서 가장 특별했던 이름 중 하나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라드의 경기를 다시 볼 때면 아마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저 선수는 정말 멋있었다.”혹은! “최고였다”

2 thoughts on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주장 그 이상이었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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