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무엇일까?
축구 경기가 끝나면 대부분 가장 먼저 스코어를 확인한다.
2-1인지, 0-0인지, 어느 팀이 이겼는지부터 확인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축구를 보면서 처음에는 스코어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았고, 지면 아쉬웠다.
그런데 축구를 오래 보다 보니 조금씩 달라졌다.
경기 결과는 똑같이 1-0인데도 어떤 경기는 일방적인 승리처럼 느껴지고, 어떤 경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던 팽팽한 경기처럼 느껴진다.
0-0으로 끝난 경기인데도 엄청나게 재미있었던 경기도 있다.
반대로 4-3이라는 화려한 스코어가 나왔는데도 경기 내용이 답답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때부터 생각하게 됐다.
“축구는 스코어만 봐서는 경기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스포츠가 아닐까?”
그 이후부터 경기를 볼 때 조금씩 다른 것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축구를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내가 경기를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7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스코어보다 먼저 경기의 흐름을 보자
가장 먼저 볼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기의 흐름이다.
축구에서는 한 팀이 계속 공격한다고 해서 반드시 골을 넣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상대에게 대부분의 공을 내주고도 한 번의 역습으로 골을 넣어 승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경기 결과만 보고
“이 팀이 더 잘했겠지.”
라고 생각하면 실제 경기와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팀이 1-0으로 이겼다고 하자.
그런데 경기 대부분을 B팀이 주도했고 A팀은 골을 넣은 뒤 수비에 집중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스코어만으로는 경기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경기를 볼 때는 이런 질문을 해보는 것이 좋다.
- 어느 팀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가?
- 공을 빼앗은 뒤 어느 팀이 더 빠르게 공격하는가?
- 한 팀이 계속 자기 진영에 갇혀 있는가?
- 경기의 흐름이 언제 바뀌었는가?
이런 부분을 보기 시작하면 축구 경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진 1. 경기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축구 경기 장면
- 의리있게 움직여 주는선수들/경기장 전체에서 선수들의 위치와 경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축구 경기 장면
2. 점유율이 높은 팀이 정말 경기를 지배했을까?
축구를 보다 보면 점유율이라는 숫자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점유율 65%.”
“상대는 35%.”
숫자만 보면 65%를 기록한 팀이 훨씬 좋은 경기를 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점유율은 공을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지, 얼마나 위협적인 공격을 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기 진영에서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계속 패스를 주고받으면 점유율은 올라간다.
하지만 상대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실제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든 것은 다른 팀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점유율을 볼 때 항상 한 가지를 더 생각한다.
“그 공을 가지고 무엇을 했을까?”
공을 오래 가지고 있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점유가 공격 기회로 연결됐는지다.
이것을 알고 나면 점유율 숫자를 보는 방법도 달라진다.
3. 슈팅 숫자보다 슈팅의 위치를 보자
축구 경기에서 슈팅 숫자 역시 중요한 기록이다.
하지만 슈팅을 많이 했다고 무조건 공격을 잘한 것은 아니다.
20번의 슈팅을 했는데 대부분 페널티 지역 밖에서 나온 중거리 슈팅이라면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슈팅은 8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중 상당수가 골문 가까이에서 만들어졌다면 훨씬 위험한 공격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슈팅 숫자를 볼 때는 어디에서 슈팅했는지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다음 상황을 확인하면 좋다.
- 페널티 지역 안에서 슈팅이 나왔는가?
- 골문 정면에서 기회가 만들어졌는가?
- 수비수에게 막힌 슈팅이 많은가?
- 공격수가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았는가?
- 단순한 중거리 슈팅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축구를 오래 볼수록 슈팅 숫자 하나보다 슈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생긴다.
4.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를 봐야 한다
이 부분은 처음 축구를 보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경기를 볼 때 대부분 공을 가진 선수를 따라간다.
당연하다.
공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경기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를 보기 시작하면 축구가 상당히 재미있어진다.
공격수가 수비수를 끌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뒤에 있던 미드필더가 빈 공간으로 들어간다.
측면 공격수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풀백에게 공간이 생기기도 한다.
이 선수들은 당장 공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움직임 때문에 공격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다음 경기를 볼 때 딱 한 번만이라도 해보자.
공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 그 주변에서 움직이는 선수 한 명을 계속 따라가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축구의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2. 공이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
- 공을 받지 않는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드는 축구 공격 장면
5. 상대 수비라인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해보자
축구에서 수비라인의 위치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수비수가 자기 진영 깊숙이 내려와 있는 팀도 있고, 상대 진영 가까이까지 올라와 압박하는 팀도 있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경기의 성격이 조금씩 보인다.
수비라인이 높다면 상대 공격수 뒤쪽에 넓은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빠른 공격수가 그 공간을 이용하면 한 번의 패스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수비라인이 깊게 내려가 있다면 뒤쪽 공간은 줄어들지만 공격팀은 상대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수비벽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경기 중에는 공만 보지 말고 가끔 화면 전체를 보자.
수비수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수비라인이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면 상대 공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반대로 수비라인이 과감하게 올라왔다면 상대 공격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6. 골을 넣기 전과 넣은 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자
축구에서 골은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특히 선제골이 나온 뒤에는 두 팀의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가는 팀은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고 수비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반대로 뒤지고 있는 팀은 공격 숫자를 늘리고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그러면서 경기의 공간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팽팽했던 경기가 선제골 하나 때문에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그래서 골이 들어간 직후에는 결과보다 양 팀의 변화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누가 더 앞으로 올라갔는가?”
“수비라인은 어떻게 변했는가?”
“공격수 숫자가 늘어났는가?”
“중앙에 공간이 더 많이 생겼는가?”
이렇게 보면 골 하나가 경기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사진 3. 득점 이후 달라지는 경기 분위기
-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7. 마지막에는 선수 한 명을 정해서 관찰해보자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경기 전체를 한꺼번에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선수 한 명을 정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선수여도 좋고 처음 보는 선수여도 좋다.
예를 들어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을 선택했다면 다음을 확인한다.
공을 받을 때 어디에 있는가?
공을 받기 전에 어디로 움직이는가?
공을 받은 뒤 앞으로 전진하는가?
뒤로 패스하는가?
수비할 때 어디까지 내려오는가?
공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이렇게 한 선수만 집중해서 보면 경기 전체를 보는 것보다 오히려 축구가 쉽게 이해될 때가 있다.
나도 예전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한 명의 선수를 정해놓고 따라가다 보면 그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팀 전체의 움직임도 이해하게 된다.
축구 경기를 볼 때 내가 확인하는 7가지
지금까지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관전 포인트 | 확인할 내용 |
|---|---|
| ① 경기 흐름 | 어느 팀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가 |
| ② 점유율 | 공을 가지고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 |
| ③ 슈팅 | 슈팅 횟수와 위치는 어떠한가 |
| ④ 공 없는 움직임 | 선수들이 공간을 어떻게 만드는가 |
| ⑤ 수비라인 | 수비진이 얼마나 높거나 깊게 위치하는가 |
| ⑥ 득점 이후 변화 | 골 이후 양 팀의 플레이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
| ⑦ 선수 한 명 관찰 | 한 선수의 움직임과 역할을 집중해서 보는가 |
이 일곱 가지를 모두 한 경기에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하나만 골라도 된다.
오늘은 점유율만 보고,
다음 경기에서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보고,
그다음에는 수비라인을 보는 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축구를 보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오래 보다 보면 사람마다 경기를 보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는 전술을 본다.
누군가는 특정 선수만 따라간다.
또 누군가는 응원하는 팀의 승패만으로 충분히 즐거워한다.
어떤 방법이 맞고 어떤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축구는 결국 즐기기 위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를 조금 더 깊게 보고 싶다면 스코어 외에 다른 것들을 하나씩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점유율을 보고,
슈팅 위치를 보고,
공이 없는 선수의 움직임을 보고,
수비라인을 보고,
득점 이후 달라지는 경기의 흐름을 보면
같은 축구 경기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마무리|스코어를 알고 나서부터 진짜 경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축구 경기가 끝나면 우리는 보통 결과부터 기억한다.
“3-1로 이겼어.”
“아쉽게 1-0으로 졌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코어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수비수가 마지막 순간에 몸을 던졌던 장면.
미드필더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공간으로 패스를 넣었던 장면.
공격수가 공을 받지도 않았는데 수비수를 끌고 움직였던 장면.
골이 들어가기 직전 경기장 전체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었던 순간.
축구의 재미는 어쩌면 이런 작은 장면들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축구를 처음 볼 때는 공과 스코어만 따라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경기를 보다 보니 조금씩 시선이 넓어졌다.
이제는 공을 가진 선수뿐 아니라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점유율보다 그 점유가 무엇을 만들어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경기 결과만 보고 “잘했다” 또는 “못했다”고 판단하기 전에 경기의 과정도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축구는 90분 동안 공 하나만 움직이는 스포츠가 아니다.
22명의 선수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공간을 만들고,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그 안에서 패스 하나가 나오고, 움직임 하나가 생기고, 결국 골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음에 축구 경기를 볼 때는 스코어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이겼을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이 팀이 이겼을까?”
라고 생각해보자.
그 질문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축구 경기가 조금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맞아요. 경기 결과 외에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나 교체 선수 변화도 중요하죠.